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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교사 등 전문직 脫北 533명, 관련 취업은 10%뿐

"탈북자 지원은 통일준비 위한 투자… 경력 활용 도와야"


2012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최순임(가명·43)씨는 지방의 한 방직공장에서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며 한 달에 150만원을 벌고 있다. 식구가 없어 그럭저럭 끼니 걱정은 없지만, 하루 8시간 이상 기계와 씨름하다 보니 온몸에 근육통이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픈 몸보다 최씨를 괴롭히는 것은 "왜 굳이 남한까지 넘어와서 이 고생을 하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다.

최씨는 탈북하기 전까지 북한에서 내과 의사로 일했다. 15년여 경력을 쌓으면서 안정적인 생활을 누렸다. 하지만 "북한 체제에는 미래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탈북을 결심했다. 북한에서의 경력을 살려 남한에서도 의사 생활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 그는 탈북자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퇴소한 후 바로 의사면허 시험을 준비했다. 하지만 북한에서 제대로 된 영어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 최씨에게 영어 원서 교재는 넘기 힘든 벽이었다. 게다가 북한과는 판이하게 다른 유형의 국가고시 시험을 접하고는 결국 의사의 꿈을 접었다. 그는 요즘 공장 외엔 주변과 접촉을 거의 끊은 채 신세 한탄을 하는 날이 늘고 있다.

조강현(가명·37)씨는 북한 교원대학을 졸업한 후 함경북도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2009년 자유를 찾아 남쪽으로 내려온 뒤에도 학생들을 가르치길 원했다. 하지만 조씨의 교사 경력을 인정하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그는 막노동, 대리운전, 치킨 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는 "자존심은 버린 지 오래"라며 "돌이켜 보면 이곳에서도 교사를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순진했다"고 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작년까지 의료·교육·법률·군사·정보통신 등 전문 경력을 가진 탈북자는 533명이다. 이 중 관련 분야에 취업한 사람은 10%에 그쳤다. 나머지는 막노동이나 식당일 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말 현재 탈북자 수는 2만7518명으로 '3만 탈북자 시대'를 코앞에 두고 있다. 김병로 서울대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탈북자 관리는 통일 준비를 위한 투자"라며 "전문직 탈북자들의 경력을 살리고 빈곤의 늪을 헤쳐나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엘리트’ 대접을 받던 이들 상당수는 남한에서 사회의 하위층으로 전락한 상태다. 북한에서 지질연구소 연구원으로 활동하다 현재 경기도에서 노동 일을 하고 있는 정모씨는 “모든 탈북자들이 다 고생하기 마련이지만, 북한에서 좀 대접받고 살았던 엘리트층은 ‘목숨 걸고 압록강·두만강을 건넌 대가가 이런 것이냐’는 생각에 더 적응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평양의대 임상의학부를 졸업한 뒤 북한에서 30년간 의료활동을 한 탈북 의사 최희란 서울의대 통일의학센터 연구원은 “나는 밤을 새우며 영어 단어를 외워 남한에서 간신히 면허를 따긴 했지만, 전문의는 포기했다”며 “나이가 들어서 나온 의사들은 한국에서 면허를 따기가 거의 불가능한 구조”라고 했다.

정부도 전문직 출신 탈북자들의 경력 단절 현상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뒤늦게 파악, 의사·교사·공무원 취업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남북하나재단)은 교사 출신 탈북자들을 전문 상담사로 채용하고 있다.

[임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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