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잠이 오지 않는다. (북한 주민들은) 언제 한번 풍족한 생활을 마음껏 누려보지 못했다.” 지난 1월 28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축산업 발전에 새로운 전환을 일으키자’라는 논문을 발표하며 한 말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집권 4년차 설을 맞았다. 요즘 그의 고민은 ‘인민생활’이다. 1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인민생활 향상’이란 표현을 다섯 번 쓴 그는 12일 발표한 광복 및 창당 70주년 구호를 “뼈를 깎아서라도 인민생활 문제를 풀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가지고 발이 닳도록 뛰고 또 뛰라”로 삼았다.

 한국은행이나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에 따르면 김정은 집권 후 북한의 경제 사정은 다소 나아졌다. 하지만 북한의 주요 수입원인 중국 광물 수출의 급감이 변수다. 지난해 북한의 무연탄 수출은 11억3218만 달러로 2013년보다 17.6% 감소했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국제 에너지 가격 급락으로 향후 광물 수출 전망도 어둡다. 통일연구원 김석진 연구위원은 “북한이 임가공 의류 수출이나 해외 노동자 송출, 관광특구 지정 등으로 활로를 뚫으려 하는 것도 국제 제재와 광물 수출 부진으로 외화 수입이 너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주민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건 물론 정권 안정을 위해서다. 그가 북한 살림살이의 어려움을 인정하는 발언을 하는 것도 더 이상 눈속임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평양의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이유가 인민생활 때문만은 아니다.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하고 정권을 안정시켰더니 대외 관계가 엉망이다.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식(5월)에 갈지 말지’ ‘친구라 믿었던 중국은 왜 이리 핵 문제로 압박하는지’ ‘핵 개발 임시 중단 카드를 내놔도 미국이 왜 요지부동인지’ ‘남한은 삐라를 해결 못하는지’ 고민이 수두룩하다.

  미국은 소니픽처스 해킹 이후 공개적으로 ‘북한 붕괴’를 언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리는 반둥회의(4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나 러시아 전승절(5월)을 계기로 국제 무대에 데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인권 문제로 국제사회 여론이 우호적이지 않다. 고립무원(孤立無援)의 대외 관계는 인민생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광복 70주년 설을 앞둔 31세 북한 지도자가 편히 잠들 만한 상황이 아니다.

정원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