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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北선전 앞장서던 엘리트

2016.08.17 12:21 Views : 400

[英주재 北공사 한국 망명]  
유럽서 가족동반 근무 ‘특혜’… 출신성분-충성심 검증된 외교관
이용호 외무상과도 한때 같이 일해… 일각 “항일빨치산 2세 가능성”
통일부 “北체제 염증이 탈북동기”… 유엔제재로 외화벌이 압박說도

 

태영호 2년전 모습과 런던의 북한대사관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왼쪽 사진)의 2014년 11월 모습. 그의 한국 입국 소식이 알려진 17일 태 공사가 10년 동안 근무했던 주영국 북한대사관(오른쪽 사진)에는 적막감이 흐르고 있다. 유튜브 캡처·런던=AP 뉴시스

 

태영호 주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의 망명은 7차 노동당 대회 이후 내부 결속에 힘을 쏟아 오던 김정은과 북한 핵심 권력층에도 적잖은 심리적인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북한은 미국과 영국에는 충성심이 검증된 엘리트 외교관을 파견해 왔다. 태 공사가 일반 외교관들이 꿈꿀 수 없는 가족 동반이라는 특권을 누리며 영국에 10년이나 근무한 것도 북한 당국이 가장 믿을 수 있는 외교관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망명 신청 전 태 공사는 북한 체제를 옹호하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태 공사가 근무하던 10년 동안 북한 이용호 외무상과 자성남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각각 주영국 대사를 지냈다. 영국 내 대북인권단체인 국제탈북민연대의 김주일 사무총장은 17일 “영국 북한대사관은 개인 가옥을 개조해 대사관 겸 관저로 쓰면서 외교관 4명이 가족과 함께 한 집에서 함께 살다 보니 서로 유대도 끈끈하다”고 말했다.

태 공사가 망명을 선택한 동기에 대해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김정은 체제에 대한 어떤 염증,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동경, 자녀와 장래 문제 등”이라고 전했다.

 

올해 5월 영국 재무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유럽연합(EU) 대북제재 리스트에 포함된 북한 국영보험사인 조선민족보험총회사(KNIC) 런던지사를 압수수색하면서 태 공사가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2005년 헬기 추락 사고와 수재 등을 이유로 이 보험회사를 이용해 약 600억 원의 외화를 보험금으로 챙겼다. 이곳이 폐쇄되면 유럽 금융 중심지인 영국에서의 북한의 외화벌이 활동도 큰 타격을 입게 된다는 점에서 그의 고민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유엔의 대북 제재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의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 상황도 그의 탈북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고강도 제재로 북한 대사관의 외부 활동이 극심하게 위축되는 가운데 본국의 잇단 압박 움직임이 부담감이 됐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영국 주재 북한 외교관들은 런던에 정착한 수백 명의 탈북민과 유난히 자주 마주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총장은 “북한 외교관들은 코리아푸드라는 한국 마트에 자주 왔는데, 이곳 계산원 대부분은 영국에 거주하는 탈북자들”이라며 “10∼20파운드(약 1만4500∼2만9000원)만 들고 와서 탈북자들 앞에서 라면이나 쌀만 사가기를 부끄러워했고, 나중엔 김일성 배지를 떼고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태 공사와도 자주 마주쳤는데 내가 말을 걸려고 하면 ‘김 선생하고는 말을 하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피했다”고 덧붙였다.

탈북 외교관들에 따르면 태 공사는 고등중학교 재학 중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1995년 2월 사망), 허담 전 노동당 비서(1991년 5월 사망) 등 북한 최고위층과 함께 중국에서 유학하며 영어와 중국어를 배웠다. 핵심권력층이 아니면 접근하기 힘든 기회를 잡았던 북한판 ‘금수저’인 셈이다. 또 고령화가 심각한 북한에서 불과 마흔 살에 외무성 서구라파국(외무성 8국) 국장대리 겸 EU 담당 과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태 공사의 집안도 상당한 고위층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가 노동당 군사부장을 지냈던 태병렬(1997년 사망)의 아들로 이른바 북한 최고의 명문가라는 항일빨치산 출신인 ‘백두산줄기’라는 얘기도 나온다. 태 공사는 평양국제관계대학을 졸업한 뒤 덴마크어 1호 통역 후보생(김정일 총비서 전담통역 후보)으로 뽑혀 덴마크에서 유학하기도 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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