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인식목사 연재 목회칼럼

손인식 목사 연재 목회칼럼 7회 돌탕목회 - 이상과 현실

 

돌탕목회라는 단어 자체가 이상주의적 목회 내용과 목회 본질을 선포하기 위한 용어 사용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교회들과 수많은 목회자들이 다 목회를 하고 있는데 왜 그중에 돌탕목회라는 별난 어휘까지 써가며 어떤 특성을 소개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것은 바로 현실과 타협하지 않으려는 이상주의적 목회를 강조하는 의도를 표현하려는 것이다. 주일날 모이고 수요 저녁에 모이고 구역예배 모이고 성가연습하고 교회 식당에서 밥먹고 주일학교에 자녀들 보내는 등으로 어느 교회에서나 열심을 다하는 소중한 신앙생활이 펼쳐지고 있지만 한가지 더 보태야 하는 강한 열망이 있기에 돌탕목회라는 특별한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과연 이 교회에 출석하는 한분, 한분 교인들이 예수 안에서 구원받고 변화된 새로운 영적 피조물들인가?, 진정 하늘 아버지께 돌아온 존재인가?..에 목회적 에너지를 집중하려는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주님의 소원이며 교회가 존재하는 절대성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코 적당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교회의 각종 모임과 행사 중에 어울려 살아가면서 구원의 확신이나 영생의 선물을 받았는지의 확신 같은 것은 교인 각자가 알아서 다룰 일이라는 식의 교회 목회를 이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담임 목회자의 선전포고인 것이다. 매일 주님과 동행하고, 항상 성령의 인도하심을 추구하는 천국시민으로써 분명한 신분의 선을 긋고 살겠다는 거듭난 교인들, 즉 돌탕들의 교회를 이루겠다는 확신이 없다면 돌탕목회라는 단어는 한갓 입놀림에 불과한 것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돌탕목회 자체는 하나의 이상주의적 목회라고 먼저 전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신앙은 현실이라는 강력한 환경에 둘러싸여 있기에 이상만을 앞세우는 목회는 결국 비현실적 이상주의에 불과할 뿐이라고 자조하며 낙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기에 이 자리를 빌어, 돌탕목회를 이끌어 오면서 겪어야 했던 이상과 현실의 반복된 격돌을 지난 23년 베델한인교회의 목회 측면에서 설명해 보려고 한다.       

 

순수목회와 현실


목마른 사슴이 시냇물을 찿듯이,..라는 시편 구절처럼 1990년 겨울의 얼바인 베델한인교회 상황은 사슴들이 뛰어오고 달려오는 시냇물가였고 예배 때마다 그 목마름을 주의 말씀으로 생수 삼는 순한 사슴 같은 얼굴들로 넘쳐났다. 스스로 이렇게까지 표현하는 것은 한 인간 목사로써 지극히 참람하고 방자할 수 있으나 나 자신도 그들과 함께 그 목마름을 말씀 속에서 함께 마시고 있던 장본인 중의 하나이기에 이렇게 담담히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그 때, 말씀과 성령으로 취하고 행복했던 베델한인교회의 생생한 상황을 기억하며 다음과 같은 서술적 시구를 얼마 전 적어보았는데 너무 길어서 그 일부만을 소개해본다.

 

     (중략)    
    “하늘의 떡에 굶주렸던 무리들이 얼바인 성전으로
    몰려들던 그 행진, 그 행렬!
    평생에 한번 있었겠나! 그런 광경을 볼 수 있었겠나!
    잔치집이 되고 축제가 되고 주의 동산이 되어
    성령의 장막이 높이 솟구쳐 누리를 덮었을 때
    우린 비로소 성령이 빚어낸 해맑은 얼굴들을
    마주 보았고,...

    즐거워 떡을 떼고 먹고 옮겨다니며 너나 없이
    얼바인에 불어오는 성령의 바람에 취하여 갈 때
    거기 무슨 다른 일들을 생각이나 했을까,
    죄로 얼룩진 마음들을 보혈로 씻어내는 환희말고는
    바위 같던 주장들이 녹아져 양같이 
    귀기울이는 것 말고는 
    흘기고 미워하며 피하던 이들이 어느새
    끌어안는 것 말고는 
    거기 무슨 다른 추한 생각들을 하기나 했을까,..

    돌탕이라 불렀다. 참 잘 오셨다고 맞이했다
    사람은 사랑할 대상이지 믿을 대상이 아니라고 
    위로했다. 
    죄인이지만 용서받은 죄인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교회가 멀지않고 집이 먼 것이라고,
    예배 중에 잠이 들어도 나는 아버지 집에 
    와서 잔다고,
    이제까지가 삶의 전반전이니 
    이제 후반전을 시작한다고,
    성경 고치는 것 말고는 실수하고도 
    안심하는 교회라고,...

    왜 그렇게 하는 말마다 듣는 말마다 맑고 고왔는지
    아! 성령의 바람이 불어오던 그 때
    얼바인의 무리들이 
    입을 열면 외치던 그 말씀, 그 구절들,..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성령의 바람이 몰아치며 
    말씀에 취한 얼바인의 무리들이 겁이 없어져
    세계 곳곳에 떠나가던 선교의 행렬,
    안 믿는 부모 형제를 전도하러 가던
    그 많은 발걸음들, 그 숱한 복음의 열매들,..
    바다 건너 오지까지 실고가던 베델동산, 부부동산
    청소년들의 crusade를 터뜨려 남가주 땅이 진동하고 
    청년들의 교회가 비온 후 상긋한 
    버섯처럼 솟아오르고
    수많은 섬김의 팀들이 여기 저기 탄생하며
    기쁨이 강물처럼 흐르고
    미국 땅 곳곳의 교회들이 얼바인을 향해
    배우러 달려오는,..
    오! 우리는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되는
    성령의 바람, 그 강한 바람
    다른 힘으로는 안되는 오직
    성령의 힘, 그 막을 수 없던 성령의 바람!...
      (후략)

 

이 광경은 그 때 함께 있었던 모든 이들의 가슴에 생생히 각인되어 있고 지금도 문득 문득 회고하며 주를 바라보게 하신다.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마치 예루살렘 교회가 성령에 취한 후 누리던 이상주의 공동체 같았다. 교인들이 집집에 옮겨다니며 떡을 떼고 밥을 먹고 성령을 마시고 은혜를 토하는 그 움직임들을 막을 수가 없었다. 아니 막을 이유가 없었다. 모여서 탈이 나거나 너무 밤새 얘기하다가 주의 이름과 주의 몸된 교회를 상하게 하는 일은 꿈에도 없었던 시절이었다. 성령에 취한 교인들이 베델동산이라는 2박 3일의 영성 수련회에 줄을 이어 등록하고 수양관이 있는 산으로 올라왔다. 남편이 베델동산에서 은혜로 범벅이 되어 집으로 가더니 아내 몰래 아내의 이름을 다음 번 베델동산 명단에 올려놓고 등록비까지 지불해 놔서 나중 그의 아내가 그 사실을 알고 몇 곱절 감격해서 울고 불고 하던 일들이 비일비재하였다. 은혜받은 이들을, 성령에 취하여 삶이 변하던 이들을 거침없이 주일 예배 강단에 끌어올려 주께서 하신 일들과 변화들을 토해내게 하였다. 회중은 놀라며 하나님의 임재를 두려워하며 박수를 보냈고 성령은 그 다음 시리즈를 계시해 주셔서 그 후로 부부동산, 싱글동산, 아버지 동산, 어머니 동산들이 줄을 잇게 하셨다. 교회들마다 흔히 끈적거리는 직분자들의 거만한 득세, 누구 때문에 이 교회가 시작됐고 건물을 지었다는 논공 이야기들, 먼저 번 목사는 왜 그만두게 했고 새 목사님을 누가 어떻게 모시고 왔는지 등의 텃새밭 얘기들은 끼어들 틈이 없는 순수목회가 활짝 펼쳐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그것이 바로 이상주의적 목회였다. 우리는 그 감격과 행복에 젖어 다른 일들에는 관심도 없었고 생각지도 않았다. 그러나 그 다음 쫒아오는 것, 그것은 바로 현실이었다. 그 순수한 마음에 젖어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리고 이제는 다 사라진줄 알았던 현실이라는 상황이 마치 후려치는 몽둥이처럼 달려들고 있음을 그 때 우리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날 갑자기 당회 서기를 하던 분이 수요저녁 예배를 인도하기 위해 교회로 막 들어서던 나를 불러세우고는 무슨 큰 봉투를 주며 빙긋이 웃는 것이었다. 나중 예배를 마치고 그 봉투를 열어보니 담임목사인 나를 나머지 당회원들이 법원에 고소했다고 하는 통보장이었다. 한 마디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고소한 이유는 매우 간단했는데 고용주인 당회의 말을 안듣고 마음대로 목회하고 있으므로 법원이 이 같은 담임목사를 해고하도록 조치해 달라는 고소제목이었다. 심지어 그 문구들 속에는 담임목사는 마켓팅 디렠터와 같은 직책인데 고용주의 뜻을 따르지 않고 너무 교회를 성장하게 만들었다는 이유도 들어있었다. 교회를 너무 키웠다는 질책인 셈이었는데 순간 들어오는 생각이 교회를 이처럼 순식간에 키우신 분은 성령이신데 왜 내가 고소를 당하나 하는 웃지 못할 느낌도 잠간 들었던 기억이 있다. 


결국 몇 달 후 법원은 국가와 교회는 분리되어 있는 것이 미국의 헌법정신이기 때문에 이 문제는 다시 교회로 돌려보낸다는 기각을 내려주었다. 그에 따라 임시총회가 소집되었고 40여명을 제외한 온 교인들 전체가 지금과 같이 현 담임목사님을 모시고 교회생활을 계속하겠다는 결의를 내리게 되었고 베델한인교회는 그 다음 순수목회의 고속도로를 다시 달리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갈수록 그 때 일을 생각해보면 그분들이 많이 이해가 된다. 저 멀리 동부 볼티모어에서 한 교회의 부목사였던 무명의 젊은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여 데려왔는데 돌탕이다, 동산이다, 새가족환영회다, 간증이다,..하면서 교회 전체의 초점과 에너지를 초대교회 같은 순수 목회로 전념하느라 마치 기존 장로들은 둘러리와 같은 소외감과 이질감을 단단히 겪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온 교회와 당회원들이 다 함께 기쁨과 환희로 돌탕들이 줄지어 돌아오는 잔치집 목회를 손을 맞잡고 거들어주면 됐지 않았느냐 하는 반론도 있을 수 있지만 사람이란 입장의 차이에서 오히려 그런 순수목회 현장이 자신들의 소외현장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것이었다. 어쨌든 이상주의 목회는 이렇게 현실이라는 몽둥이로 뒤통수를 맞게 되었고, 그것은 하나의 충격적  목회 체험이었다. 이제 생각해 보면, 그 당시 너무 순수한 쪽으로만 100% 전념하기 보다 더 세심하게 다른 편의 입장과 상황을 돌아보았어야 했다. 교회가 성장하는 기쁨과 감사를 골고루 즐거워하되 특히 교회를 위해 일찍부터 희생하고 수고한 당회원들도 그 기쁨을 누릴 수 있도록 더욱 힘써야 했었다. 물론 수많은 회의와 만남으로 늘 대화하며 함께 움직였지만 어쨌든 그것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순수목회를 전념하고 있었더라도, 한쪽에서는 엄연히 교회의 소유권을 의식 속에 담고 있는 분들이 존재하는데 목회자로써는 그분들에게 더 지혜롭게 접근해야만 했다는 뼈아픈 진리를 배우게 된 것이다. 순수목회, 돌탕목회, 이상주의적 목회!! 얼마나 가슴이 뛰고 생각만 해도 마치 새벽 숲속을 걷고 있는듯한 신선함인가!!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함께 존재하는 것이 목회현장이라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는 뼈저린 교훈이었다.       

 

목회자 대우와 현실


교회가 성장하면 반드시 생겨나는 구조가 담임목사와 부목사들이라고 하는 목회팀의 확장이며 새 구도이다. 베델한인교회 역시 교회가 급성장하면서 목회자들의 숫자 역시 비례적으로 급격히 늘어나게 되었다. 그 상황에서 돌탕목회라고 하는 이상주의적 목회사역을 추구하는 담임목사의 방향제시가 중요해지는데 그것은 담임목사와 부목사들의 대우를 어떤 비율로 정하는가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 물론 담임목사와 부목사의 대우를 같은 액수로 정할 수는 없다. 책임의 폭이 다르고 양이 다르고 비율이 다른데 동일한 대우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대형교회들이 흔히 비판받는 것처럼  부목사는 다만 담임목사의 보조자이며 직원일 뿐이라는 개념은 정말 교회적 손실이며 비성경적 사고방식이어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목사는 어디까지나 성령으로 기름부음 받은 목사이지 부목사라고 해서 자격이 모자라거나 아직 목사후보에 불과한 분들이 아니다. 심지어 내가 볼티모어에서 한 교회의 부목사로 섬기고 있을 때 어느 짖꿎은 교인 한 사람은 나를 만날 때마다 “손부목사님”이라고 불러서 기분이 몹시 상했던 기억이 있다. 더구나 교인들을 섬기고 돌보며 제자 양육을 시켜나가려면 부목사님들의 절대적 참여와 헌신이 없이는 큰 규모의 교회로써는 엄두를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상주의적 목회의 한 분야로 부목사들의 봉급 지원을 될 수 있는 한 높은 수준으로 정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세웠다. 다시 말하면 담임목사와 부목사가 지급받는 봉급액수의 차이가 너무 크지 않게 하는 이상주의형 재정정책을 택한 것이었다. 이 정책에 따라 본봉 이외에도 건강보험은 물론 치과보험까지 지원하였고 주택보조비, 전화비, 도서비 등등 해외 이민교회로써는 많은 신경을 쓰는 지원을 하게 되었다. 교인들까지 다 기쁘게 생각하고 부목사님들의 위상을 높이 세워주는 이상적 목회 철학으로 여기며 따라주었다. 심지어 부목사님들 중에 타 교회 담임목사님으로 청빙되어 가면 지원받는 담임목사의 봉급이 베델한인교회의 부목사 봉급 수준보다 낮은 경우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매해 예산을 책정할 때마다 재정팀장이 설명하면서 토를 달기를 우리 교회는 담임목사님과 부목사님들의 봉급 차이를 가급적 좁히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멘트를 삼기도 했다. 하나의 이상주의적 목회관이며 실제로 그것을 반영할 수 있는 교회내 공감대와 재정실력이 뒷받침해 주었다.


그러나 이 역시 이상과 현실은 엄연히 따로 돌고 있었다. 이 부분에서도 현실이라는 회차리가 뒤따라 온 것이다. 목회자들 숫자가 점점 더 늘어나면서 예산 중 목회자들 지원비의 비중이 현실적으로 부담이 된 것이다. 어느 해부터는 선교비 책정 비율보다 목회지원비가 더 높아져서 종종 질문들이 따라다녔다. 배가 부른 목회자들보다 배가 고픈 목회자들의 영성이 더 깊다,..라는 소리까지 어느 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들었다. 배가 부르다니?!! 얼바인이라는 지역의 생활수준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도 고려한 목회비 책정인데 그 점은 쏙 빼고 액수와 benefit 종류만 따지는 소리였다. 바로 이것이 이상주의적 목회철학을 실현해 보려는 시도에 반드시 따라오게 되어 있는 현실이라는 회초리이다. 더구나 부목사들과의 봉급 차이를 줄이면서도 목회자 숫자가 점점 늘어나며 그 절대액수가 커지다보니 담임목사가 받는 지원을 자연히 상한선 밑에 둘 수 밖에 없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재미있는 현상은 후임목회자를 청빙할 때 베델교회의 절반 숫자 정도되는, 그러나 큰 규모의 교회 담임목사를 청빙하게 되었는데 그분이 그 교회로부터 받던 봉급액수가 베델교회보다 월등 높다는 것을 알고 청빙위원들이 놀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상을 추구한다는 것은 언제나 현실과의 괴리감을 맛볼 수 있어야 한다는 또 하나의 교훈이 되는 것이다.

 

선교사역과 현실


돌탕목회로 내부, 외부에 걸쳐 소문이 나게 된 베델한인교회는 목마른 영혼들이 밀려들어오는 영적, 숫적 부흥을 급속하게 거치면서 여러 차례의 건축과정을 겪어야만 했다. 같은 부지 안에 있던 두 미국교회의 건물들을 차례, 차례 구입해야 했고 700석 정도 앉는 본당을 1100석까지 증축하는 공사를 거쳤으며 큰 규모의 비전쎈터를 건축한 후 드디어는 2천석이 넘는 새 성전을 건축하기까지 쉴새없는 건축 드라이브가 이어진 것이다. 아름다운 호수를 내려다보는 수양관까지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건축 시리즈가 다 끝난 후 놀랐던 것은 교회의 재정상황이 오히려 이전보다 몇곱절 늘어난 여유있는 현황을 보이는 것이었다. 정말 헌신적이고 최선을 다한 베델교회 성도들의 헌금이 이처럼 다 쓰고도 풍성히 남게 되는 놀라운 결과였고, 물론 미국에서 어느 교회나 다하는 은행융자를 좋은 조건으로 받았기 때문이었다. 건축 후 성도들은 더욱 급속히 늘어났고 재정현황도 더욱 좋아져서 매월 갚아나가는 은행상환금 정도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건강한 재정상황이 된 것이다. 그 시점에서 담임목사인 나와 30명의 실행위원들이 여러 번의 토론과 기도 끝에 이제는 건축 시리즈를 다 마쳤으니 그동안 뒤로 미루어왔던 해외선교에 전력을 기울이도록 돌탕목회의 미래 방향을 정하게 되었다. 선교하는 교회, 선교사들을 파송하는 교회, 선교현지를 답사하며 선교지 교회들을 집중 지원하는 교회가 되어보자고 이상주의형 선교를 꿈꾸며 감격하게 된 것이다. 돌탕목회를 중심으로 이렇게 성장의 축복을 받았는데 해외에도 돌탕개념의 건강하고 순수한 교회들이 일어서게 하자는 사도행전 29장 해외선교 선언을 선포하게 된 것이다.
그에 따라 전 세계 각처에 병원건축, 학교지원, 선교쎈터 건립, 교회당 건축, 의료시설 지원, 의약품과 식량지원 등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선교지 교회들 몇군데와는 선교사역 자매결연까지 맺었고 메콩강 일대에 는 복음을 전파할 수 있는 의료선 배까지 띄울 수 있도록 지원하게 되었다. 온 교회가 그동안 미루어왔던 선교팀들의 파송과 해외 각처의 선교 프로젴트 등으로 축제 분위기를 누릴 수 있었다. 매월 실행위원회는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해외선교 사역들의 보고와 추진 등으로 마치 선교 사령탑 같은 분위기가 생길 정도였다. 이 역시 하나의 이상주의적 목회관으로 마치 초대교회들을 연상하는 선교의 의욕과 기쁨으로 교회가 들떠 있었다. 감사한 일이었고 순수를 추구하는 이상주의적 돌탕목회였다. 


그러나 현실이라는 벽이 밀어닥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느 때 부터인가, 몇 사람들의 강한 입김이 주변에 퍼져나가면서 교회가 선교라는 미명 하에 성도들의 헌금을 해외에 퍼주고 있으며 은행에서 융자한 상환금이 상당액수인데 은행에 원금상환부터 하지 않고 선교라는 방향으로 교회를 잘못 이끌어 간다는 호돤 회초리가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위에 언급했듯이 해외 한인교회들의 건축은 예외없이 은행융자가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10년, 또는 20년씩 갚게 되어있는 상환금은 베델한인교회 같은 대형교회 또는 건강한 재정을 가진 교회로써는 별 신경이 쓰이지 않는 것이 상식임에 불구하고 현실의 덫에 걸리게 된 것이다. 이런 면에서 선교지상주의라는 순수 이상주의가 언제나 환영받기보다는 교회내 세력 갈등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칠 수 있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여기서 한가지 밝히고 싶은 것은 현실의 회차리를 맞고 또 맞았다 하더라도 목회를 이끌어가는 주의 종들은 어디까지나 갈보리 십자가를 따라가는 하나님 나라의 이상주의자들이지 이 세상에 속한 현실주의자들은 아니라는 선언이다. 고생이 되더라도, 심지어 더 심한 고생이 따라오더라도 목회자의 신앙 양심은 이상주의적 목회를 포기하지 않는 순수성 위에 세워져야 하는 것이다. 이 세상이라는 현실 환경에서 예수 십자가를 따라가는 길은 어차피 이상주의 취급을 받게되는 과정이 아닐까?!!    

 

(다음 호에서 이상과 현실이 충돌되었던 몇가지 사례들을 더 정리해 보려고 한다).